참가자들이 대회 식전행사에서 즐거워 하고 있다. 아래 사진 설명 순서 (1)식전행사 (2)이형택 선수의 사인을 받고 있는 어머니팬 (3)최다 참가자 클럽, 화곡어머니클럽과 이형택 원장 (4)국화부 결승 사진중 왼쪽 첫번째는 테니스로 암을 극복한 강희순 과 그 파트너 황경신, 그 오른쪽은 우승자 화곡클럽의 박정랑와 서명애 (5)개나리부 우승한 유성희와 그의 남편
춘천소양강배 여자부 경기가 펼쳐지던 25일.
송암국제 경기장엔 아침 아홉시까지도 비가 추적거리며 내리고 있었다.
참가한 선수들이 하나둘 우산을 쓰고 모이기 시작했다. 필자도 이십년을 넘게 대회장을 다녔지만 우산 쓰고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알았다.
하지만 한광호 소양강배 준비 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들의 노력에 하늘도 감동을 받았는지 가장 적절한 시간에 비는 멈췄고 대회는 무사히 마쳤다.
실내에서 입장식을 하는 동안 준비위원들은 그 많은 코트장의 빗물을 쓸어내 곧바로 선수들이 게임을 시작하도록 만들었고 실내코트가 있어서 우중에도 예술 공연장 같았던 입장식을 성대하게 마칠 수 있었다.
하나에서 열까지 참가한 선수들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도우미들과 준비위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목소리들이 가득했다. 그 철저한 준비와 대처능력, 24면의 송암국제경기장에 실내코트까지 조화를 이뤄 성공적인 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
개나리부 결승 경기까지 마치고 다시 귀가할 즈음 하늘에선 잘 가라는 이별의 눈물같은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진인사 대천명,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 하늘도 감동을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
올림픽 개막식 버금가는 식전행사
송암국제 경기장 실내 코트에서는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래가 흘러 나왔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노래하는 통기타를 맨 가수 박산이의 목소리에 참가 선수들은 흥겨워했고 고전적인 대북 공연이 이어져 장내는 예술 공연장 같았다.
소극장을 닮은 실내코트에서 펼치는 다채로운 식전행사에 환호하는 목소리가 흥건했다.
열띤 공연이 막을 내리자 내외 귀빈들을 소개하는 순서로 차분하게 입장식이 시작 되었다.
올해 8회째 맞는 이 대회의 내빈으로는 김중석 강원도민일보 사장과 유성춘 춘천시부시장을 비롯하여 김문일 국민생활체육 전국테니스연합회장, 이건실 춘천시의회 의장, 정태섭 춘천시체육회장, 한광호 소양강배준비위원장, 이형택 이형택아카데미재단이사장, 박수철 춘천시테니스연합회장등 많은 단체장들이 참석하였다.
김중석 강원도민일보 사장은 대회사에서 "중국의 황제가 꽃이 보고 싶어 모든 꽃에게 어서 꽃을 피우라고 말했듯이 하늘을 향해 그만 비를 멈추게 하라고 전했다"는 유머를 시작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수준 높은 경기력과 공정한 판정 등으로 전국 최고의 명품대회로 성장했다"며 "춘천은 사랑의 도시다. 겨울연가와 사랑과 야망을 촬영했던 도시이기도 하지만 세계 메이저급 경기장인 송암코트가 생겨 더욱 빛이 난다"며 시설 좋은 곳에서 테니스의 진수를 만끽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위에 앉아서 경청하던 어머니 선수들이 마이크 소리가 위까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불평에 모든 참가자들이 다시 실내코트에 내려와 편안하게 앉아있는 상태로 행사가 이어졌다.
송암테니스코트 설계를 맡은 한광호 소양강배 준비 위원장은 "직접 설계를 했는데 이렇게 잘못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잘못된 부분을 개선해서 내년에는 더욱 더 훌륭하게 준비를 해 놓겠다. 공기 좋은 곳에서 멋진 자연을 감상하며 소풍 온 기분으로 즐기시길 바란다"고 했다.
가장 기다리던 순간은 역시 행운상품의 주인 찾기다.
100여만 원 상당의 김치냉장고를 비롯해 수제목걸이와 장뇌삼, 70만원 상당의 제주도 2박3일 여행 상품권등 70여점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중 돈으로 가격을 따질 수 없는 예술작품까지 있어 그 내용 또한 기억할 만 했다.
국전에도 여러 번 입상을 한 권오영 작가는 "'은혜는 돌에 새기고 원망은 물에 새기라'는 서각 작품 내용처럼 오늘 경기 내내 좋지 않은 샷이 나오더라도 원망하지 말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 뜻을 전하였다.
스포츠의 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문화 콘텐츠를 접목시킨 입장식은 축제분위기를 연출하였고 춘천의 새로운 테니스 문화를 정착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인기 절정의 이형택
국내 테니스 최고의 브랜드인 이형택 선수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춘천의 또 다른 명물로 자리 잡은 이형택 선수가 친필 사인이 새겨있는 대형 테니스공 20개를 경품으로 제공하며 개회식에 참석하는 동안 어머니 선수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은 이 형택 선수는 "현역으로 머물렀을 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저를 아껴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조금 더 선수생활을 길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고마움을 표했다.
틈만 나면 함께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 달라고 요청하는 어머니 선수들에게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은 역시 매너에서도 프로였다. 이형택 선수는 은퇴 후 송암테니스장에서 이형택테니스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참가자들의 뜨거운 반응
처음으로 송암테니스장을 방문한 전국의 어머니 선수들은 놀라움과 감탄에 입을 다물 줄을 몰랐다.
물과 예술의 도시답게 의암호 앞에 만들어진 그 송암국제경기장의 위용에 놀라고 아름다운 자연에 놀라며 대회 출전뿐만이 아니라 가족 여행지로도 으뜸이라며 반드시 또 오고 싶다는 표현들이 자자했다.
교통편이 좋지 않아 전날 도착해서 춘천서 잠을 잤다는 밀양의 예미숙씨는 "놀랐다. 해가 지고 있는 석양에 코트 가운데 앉아 주변을 바라보니 백두산 천지에 앉아 있는 듯 한 모습이다. 주위환경이 아름답고 다른 대회와는 차별화된 고전적인 대북공연을 시도한 식전행사 참 재미있었다. 밀양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테니스 환경이 부럽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밀양도 공기 좋아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하는데 춘천이야말로 축복받은 도시다"며 해마다 꼭 오고 싶다는 표현을 했다.
영주에서 처음으로 소양강배를 참석한 고경숙씨는 "이형택 선수도 보고 직접 사인한 볼을 받는 영광도 누렸다. 참가상품도 테니스코리아 6월호와 떡 그리고 샤워 용품까지 세세한곳까지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무엇보다도 진행이 부드럽고 도우미들이 친절해서 인상적이다. 춘천이 아름다운 도시임을 다시 한 번 깨닫고 간다"며 송암코트의 멋진 모습에 대한 감탄을 잊지 않았다.
경기운영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멈추고 화창해진 하늘은 가을 날씨를 연상하게 했다. 개나리 국화 모두 다 참가한 선수들은 다른 경기장으로 이동하지 않고 송암코트의 실내와 실외에서 경기를 펼쳤다.
경기 운영방식도 다른 해와는 달리 탄력 있게 운영하였다. 일단 개나리 부는 한조에 세 팀씩 넣어 예선탈락한 팀들에게는 패자전을 뛰도록 하였다. 패자전에서 입상한 팀들에게는 푸짐한 닭갈비를 상품으로 마련하여 또 다른 기쁨을 선사했다.
국화부 경기 또한 예선 한 박스에 두 팀씩을 넣어 전원 본선에 오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타 단체 우승자를 인정하지 않는 국화부 경기장은 왕중왕부 경기나 다름없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선수들이 많이 참가하여 누가 최종 승자가 될 지 초반부터 뺑뺑한 긴장이 돌았다.
4강에서 우승 후보 중의 하나로 점찍은 백덕숙 김정임조에게 0대4로 지다가 타이브렉에서 역전을 하여 결승에 오른 대전 무궁화의 강희순씨는" 테니스로 인해 건강을 되찾았다. 5년 전 위암을 극복하여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치료제였다"며 타 단체 상위랭커다운 여유를 보였다.
다른 박스에서 결승에 올라온 서명애 박정랑조는 대회전날까지 참가할 의사가 없어 미적거리다가 가장 늦게 참가 신청한 팀이다. 같은 화곡어머니 회원으로 활동해 부담이 없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고 한다.
결승에서 대포 같은 포핸드를 구사하는 강희순에게 차분한 발리를 대주며 6대3으로 이겨 최종 우승을 한 서명애는"대회장에 짧은 스커트를 입고 출전한 것은 처음이다. 휠라 에서 지원을 받기 시작했는데 우승을 못해 마음이 어려운 상태였다. 파트너 박정랑이 잘 해주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나를 여자로 만들어준 휠라에 감사한다"는 뜻을 전했다.
돼지실은 차 두번 본 행운의 주인공
이번 소양강배에서 가장 특별한 행운의 주인공은 파주 아이비 클럽의 유성희씨다.
경품으로 나온 최고의 상품 100만원 상당의 김치냉장고를 타더니 개나리 부까지 우승하여 더블 행운을 안게 되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올 국화가 된 유성희씨는 "너무 기뻐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매번 우승할 때마다 특별한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이 있었다. 운전할 때 거리에서 돼지를 싣고 달리는 차만 보면 우승했다. 오늘은 춘천가도를 달리다 두 대를 보았는데 김치냉장고와 개나리부 우승까지 하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 송암코트에서 대회를 열어준 주최 측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늘 후원해주는 남편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이젠 개나리부로 더 이상 출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유성희씨는 아주 특별한 삶을 살고 있다.
먼 곳으로 대회를 출전할 때마다 몸이 불편한 남편을 휠체어에 태우고 함께 다닌다. 몸이 성치 않은 남편을 평생 반려자로 섬기며 사는 것이 자신의 운명인 듯 하다며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여 8년째 행복하게 살고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은 테니스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유성희씨의 감독이자 안내자 역할을 해 왔다.
밤 열두시 무렵에서야 끝난 개나리부 결승경기까지 종일 지켜보던 남편 추광호씨는 "아내가 우승하는 것을 처음으로 지켜보았다. 위급한 상황이 될 때마다 긴장되어 몸이 덜덜 떨렸다. 아내가 건강한 몸으로 땀 흘리며 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큰 기쁨이다"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몸은 성치 않으나 가슴 만큼은 어느 정상인보다 더 맑고 순수한 남편을 사랑하고 섬기며 사는 유성희씨에게 테니스는 늘 행운을 가져다주는 여신이 되기도 하고 삶을 재충전해 주는 삶의 에너지원이라고 한다.
휠체어에 앉은 남편의 가슴에 얹힌 라켓가방이 유난히 돋보였다. 행복이란 특별한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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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대회 식전행사에서 즐거워 하고 있다. 아래 사진 설명 순서 (1)식전행사 (2)이형택 선수의 사인을 받고 있는 어머니팬 (3)최다 참가자 클럽, 화곡어머니클럽과 이형택 원장 (4)국화부 결승 사진중 왼쪽 첫번째는 테니스로 암을 극복한 강희순 과 그 파트너 황경신, 그 오른쪽은 우승자 화곡클럽의 박정랑와 서명애 (5)개나리부 우승한 유성희와 그의 남편
